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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입다 보면 어느 순간 멈추게 되는 때가 있다.

 

뭔가 하나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 느낌.
 

목걸이를 하나 더, 레이어를 하나 더, 컬러를 하나 더. 그렇게 더하다 보면 처음에 잡으려 했던 것이 사라진다.

 

정작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묻혀버린다.

 

방도 마찬가지다. 하나씩 채우다 보면 어느 순간 공간이 아니라 물건들의 집합이 된다. 눈이 어디에 머물러야 할지 모르게 된다.

덜어낼수록 남는것들

 

더하고 싶은 충동을 참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일이다.

— 난잡함은 과함에서 온다

무언가가 아름답게 보이는 순간을 생각해보면, 대부분 비어있는 공간이 있다. 여백이 있다.

꽉 채운 방보다 하나의 조명만 켜진 방이 더 따뜻하게 느껴지는 이유. 열 가지 향이 섞인 것보다 하나의 향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많은 악기가 동시에 울리는 소음보다 피아노 건반 하나가 더 크게 들리는 이유.

눈도, 코도, 귀도 — 감각은 과하면 지친다.

아름다움은 자극이 아니라 여운에서 온다.

— 힘을 빼는 것이 더 어렵다

더하는 것은 쉽다. 누구나 할 수 있다.

덜어내는 것은 판단이 필요하다. 무엇이 본질인지 알아야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옷에서 무엇이 이 코디의 중심인지, 공간에서 무엇이 이 방의 핵심인지. 그것을 모르면 아무것도 덜어낼 수 없다.

힘을 뺀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선택이다.

가장 중요한 것만 남기기로 결정하는 것.

— 세밀함은 여백에서 보인다

과하지 않을 때 비로소 디테일이 보인다.

소매 끝의 마감, 어깨 선의 기울기, 소재의 결. 화려한 것들로 가득 찰 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것들이다. 덜어냈을 때 남는 것들이 오히려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게 세밀함의 역설이다.

디테일을 보여주고 싶다면, 먼저 덜어내야 한다.

— 하나의 소리

소음과 음악의 차이는 복잡함이 아니다.

여러 소리가 동시에 울릴 때 우리는 소음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소리가 공간을 채울 때 우리는 음악이라고 부른다. 같은 소리도 주변이 비어있을 때 더 아름답게 들린다.

패션도, 공간도, 삶도 다르지 않다.

덜어낼수록 남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그 사람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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